슬픈 동거
보스톤코리아  2008-03-20, 14:57:11 
요 며칠은 마음이 우울한 나날을 보냈다. 한국 뉴스를 들추며 전직 야구선수였던 이호성의 4모녀 살해 사건은 모든 이들에게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왔다.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으로 기사를 들추고 있었다. 이 무렵 또한 우리 뉴잉글랜드 한인사회의 커다란 이슈로 떠오른 '한인회, 사상 최초 정부기관에 피소'라는 타이틀은 얼굴이 화끈 달아오를 만큼 속이 상하고 안타까웠다. 누구의 잘 잘못을 따지기 이전에 한인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럽기 그지없었다.

다른 일도 아니고, 이민 사회에서 한인을 대표하는 한인회에서 고용인에 대한 임금문제로 이렇게까지 가야 했을까 싶은 마음에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었다. 물론, 타당한 각자의 이유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이렇게 미국 사회 안에서의 한인문제로 드러나지 않고 해결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운 바람이 스치는 순간이다. 서로의 이해의 부족에서 생긴 일일 것이다. 서로의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내 목소리만 키워 올린 탓일 게다. 내 잘못은 접어두고 네 탓이라고 손가락질하는 틈에 그 틈에 더욱 벌어진 틈새일 것이다. 어쩌랴, 이미 물은 엎질러진 일, 그렇다면 다음 수습의 방법은 서로를 위해 무엇이, 어떤 방법이 최선의 최고의 방법일까.
어찌, 밖의 일만 이런 일이 있겠는가. 한 가정에서도 부부간에 미워하는 마음으로 한 지붕 아래서 으르렁거리며 마주하는 이들이 또한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때로는 깜짝 놀라야 할 만큼 무덤덤하게 살아가는 부부들이 점점 늘고 있다. 남보다도 못하게 아옹다옹하며 원수 바라보듯 살아가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정말 해결할 방법이 없는 것일까. 아마도, 서로의 깊은 대화의 부족일 게다. 내 말만 앞세우고 내 목소리만 크게 올리니 상대방의 말을 어찌 들을 수 있겠으며, 상대방의 말을 들을 수 없으니 대화의 단절은 정해진 일이다. 한 가정에서의 문제야 어찌 부부문제만 있겠는가. 따뜻하게 나눠도 부족할 부모와 아이들과의 대화에는 때로는 칼날처럼 날카로운 말들이 서로에게 날아들기도 한다.

어찌, 가정의 일로만 그칠 수 있을까. 예전처럼 종교인으로서 신앙심을 바탕으로 한 목사나, 스님이나, 신부나 각 종교계의 분들이 존경받던 시절이 그리운 때이기도 하다. 때로는 한 직업인으로 느껴지는 일이니 참으로 안타깝고 부끄러운 모습이기도 하다. 누구를 탓할 수 있을까. 서로에게 이해하지 못하고 이해받지 못하는 오해가 있을 테고, 이해시키지 못할 진실을 외면한 비겁함이 분명히 있는 것이다. 아마도, 이 모습들이 진정한 우리의 본연의 모습일 게다. 치장하지 않고 포장하지 않은 진실한 모습 말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진실함으로 바로 설 수 있다면 두려울 것이 무엇이 있을까. 한인들이 모일 수 있는 곳이 한인 교회이고 절이고 성당이고 그렇다. 숨을 고르고 가까이 들여다보면 문제투성이의 모습들이다. 신문에 올려진 기사가 뭐 그리 대단할까 싶다. 모두가 그 올려지지 않은 기사가 살아서 꿈틀대는 현장이 바로 한인들이 모이는 공간인 것을 말이다.
이렇듯 한 가정에서 사랑하며 지내야 할 부부가 원수처럼 '갈라서지 못한 이혼이 슬픈 동거'를 하고 있다. 한 교회나 절이나 성당에서 서로를 사랑하며 살아야 할 무리 안에서도 '화해'하지 못한 '평화'가 울고 있다. 서로를 헐뜯고 고개 돌리고 외면한 채 부끄러운 두 손을 모으고 간절한 기도를 올리는 것이다. 타국에서의 인민자들의 모습은 어딜 가나 참으로 굳건하고 씩씩한 모습이었다. 헌데 점점 흐려지는 그 모습이 그리워지는 날이다. 보스턴 뉴잉글랜드를 대표하는 한인회와 그에 속한 한인들도 화합하지 못하고 서로를 손가락질 하며 부끄러운 모습으로 서 있다. 결국은 상대에게 손가락질 한 그 손가락이 나를 향해 있다는 것을 잊은 채 말이다. 누가 누구를 탓하기 전에 잘 마무리가 되길 바람으로 남겨본다.

'고독한 군중'이라는 데이비드 리스먼(David Riesman)의 책자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사는 21세기의 현대 생활은 타인지향형으로 흐를 것이라고 했었다. "타인지향형 사회의 구성원은 다른 사람이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남들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등에 대한 신호를 포착하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운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행위와 바람에 대해 몹시 민감해지고 남에게 인정을 받고 싶어 하는 심리적 욕구가 커진다. 또한 자신이 사회에서 소외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에 싸여, 마치 다른 사람의 동향을 주도면밀히 관찰하는 데 주의를 집중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나에 대한 다른 사람의 반응에 민감해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민감해진 상황에서의 '고독한 동거'는 '슬픈 동거'를 만든다. 나 자신에게나, 한 가정에서나, 사회에서나, 단체에서의 나의 고독을 잘 다스리고 함께 동거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리란 생각을 해본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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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 칼럼니스트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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