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시대와 명품 시계
보스톤코리아  2006-09-06, 00:32:11 
가끔 한국 뉴스를 들추다 보면 씁쓸한 웃음 하나 고여온다. 바로 남의 모습이 아닌, 내 모습이라 여겨지기에 그 웃음의 쓴맛은 제대로다. '가짜와 진짜'를 운운하며 맞이하는 하루는 어떤 하루일까. 그것은 믿지 못하는 풍조와 의심의 눈으로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는 무서운 하루일 것이다. 우리들이 자라오던 시간과는 판이한 또 하나의 세상에서 살고 있는 아이들을 보며 놀랄 때가 한 두 번일까.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다. 이 아이들이 이 공간에서의 시간을 어떻게 잘 맞이하며 보낼 것인가? 너무 앞서 달려갈까 염려도, 너무 뒤처질까 걱정도 하는 사람은 바로 바라보는 이 사람이다.
지난 번 한국 뉴스를 보다 가짜 명품 '빈센트' 시계 소동에 대한 얘기를 만날 수 있었다. 물론 이 명품을 쫓는 이들이 있어 이런 일도 일어났겠지만, 누구를 탓하기 보다는 그 사람들을 부추기며 자신의 이익에만 급급한 이들의 모습도 함께 보여지는 것이다. 어디 명품을 찾는다면야 '명품 시계'뿐일까. 흘러 넘치는 이름 모를 '명품'들에 아마도 잘 모르는 서민들은 '봉사/장님'이 되어 있다는 느낌이다. 한편으로 설령, 그 명품을 걸치고 치장한다 한들, 또 알아주는 사람 틈에서라야 빛이 날 일 아닌가. 그러니 어찌 '명품 시대'가 열리지 않을까 싶다.
누구를 탓할 것도 없다. 사실, 몇 년 전 한국에 방문할 일이 있으면 으례 '가짜 명품 브랜드인 가방을 두 개 정도 사다 들던 내 자신을 잠시 들여다 보고 있는 것이다. 더욱 재미 있는 것은 "가짜를 진짜인 척 들고 다니는 자신과 그 가짜 명품을 진짜일까? 하고 봐주는 옆 사람들이다" 바로 이것이다. 봐주는 시선이 적어지면 '가짜 명품'의 숫자도 줄어들 일이란 생각이다. 또한 내 자신 안에 당당함이 있다면 굳이 '가짜 명품'을 빌어서까지 치장할 것은 또 무엔가? 걱정이 이는 것은 이처럼 '명품 애호가'들이 나이 든 중년 층에 머무는 것이 아닌, 젊은 학생들에게까지 미치는 이유인 것이다.
현대 생활에 있어서, 보여지는 것이 우선인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모두가 빨리 빨리의 '속전속결(速戰速決)'을 원하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나'라는 사람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헌데, 그 시간을 기다려 줄 사람은 그리 많지 않으니 빨리 보여주고 빨리 결정지어야 속이 후련한 세상인 것이다. 옛 우리 선조들이 그토록 마음으로 몸으로 가르치고 싶어하던 '기다림의 미학'은 요즘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어쩌면 고리타분한 가문의 '골동품' 정도로 여기는 것일 게다. 어찌 간단한 문제일까. 가까울 수록 돌아가라는 옛 말이 있다. 바로 이것은 빠른 생각의 빠른 결정은 자칫 실수가 되어 해가 되는 일이 많기 때문일 게다.
부모님들로부터 듣고 자란 것이 있다면, 친구의 중요성과 친구를 사귈 때는 외모로 사람을 취하지 말아야 한다고 익히 들어왔다. 아니, 지금도 늘 아이들에게 그렇게 말해주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진정 그 마음의 생각들처럼 행동(나의 결정)은 어디쯤에서 있을까? 내 자신에게 물음 하나 남겨 놓은 날이다. 오랜 전 신분에 대한 노출이 편이하게 보여지던 때는 별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양반과 상놈을 가려놓은 시대에서는 뭐 그리 보여줄 일이, 필요가 있었을까. 또한 우리 부모님들 시대에는 우선 학문에 대한 높낮이로 그 사람을 많이 결정지을 때가 있었다. 그 사람의 속과 됨됨이는 나중이고 어느 대학 출신인가. 하고 말이다.
지금도 그런 것이 바뀐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안에 보이는 것을 기다리지 않고 외모로 보고 빨리 판단하고 결정해 버리는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어찌 명품이 병폐(病敗)의 시작이 아닐까. 있는 사람들이야 걱정이 없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야 시간을 들여 노력한 들 요즘처럼 바쁜 세상에서 어찌 그 따르고 싶은 만큼 발뒤꿈치라도 따를 수 있을까. 그러니 제일 빠르고 제일 확실한 방법은 '가짜를 진짜로 보여줄 수 있는 잔 꾀'에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것이다. 가끔 그들이 즐거운 것은 '가짜를 진짜로 봐줄 때의 성취감'도 있지 않았을까. 이렇듯 말은 쉽지만, 어찌 그들의 아픔을 다 알까. 이 모든 것을 누구의 탓으로 돌리기에는 너무도 빠른 시간에 멀리 와 있는 것이리라.
누구의 책임을 물을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을 해야 할 것이 있다면 가정이라는 생각이다. 자식에 대한 사랑이 필요한 물건을 사주는 일이 아니라, 아이에게 있는 장점들을 끌어 내어주는 일일 것이다. 바로 그 '자신감'만이 아이가 커서 '가짜 명품'에 기웃거리지 않을 또 하나의 마음 공부라는 생각을 해본다. 어려서부터 자기 자신의 만족감을 키워줄 수 있다면 외모나, 보여지는 것들에 민감하지 않을 뿐더러 저절로 친구나, 사람 관계에서도 내면을 중요시하게 될 것임이 분명하기 때문일 게다. 물은 가득 차면 흐른다 했다. 자기 자신 안에 가득한 향기가 있고 만족한 여유가 있다면 굳이 밖에서 안으로 채울 일이 또 무엇이 있을까. 그저 있는 것을 나눠 가는 일일 것을 말이다. 그럼, 내 속에는 가짜가 아닌 '진짜' 어떤 진품들이 들어있을까? 궁금해지는 오후를 맞는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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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 칼럼니스트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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