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후기: 겨울 산에서 눈은
보스톤코리아  2010-02-01, 12:32:20 
4,052 피트(1,235미터)의 Mt. Jackson을 셋이서 아이젠을 집신처럼 어색하게 신고 가슴 설레며 지난 몇 일간 젖은 눈으로 온 숲을 뒤덮은 길을 푹푹 빠지며 헉헉거리며 올랐다.

눈은 도시에 내릴 것이 절대 아니다.
도시에 내린 눈은 자동차 바퀴들과 공해와 싸우다가 시커멓게 죽어간다.

눈은 반드시 산에만 내릴 것이다.
겨울 산에서 눈은 햇빛과 어울려 천지를 눈부시게 만들고 반면 우리 같은 작은 산행인들의 발과도 겸손하게 대화를 즐긴다.

겨울 산에서 눈은 길은 물론 나무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하얀 외투를 입혀 한껏 멋을 내고 칠팔부 능선에서 우리 셋과 하늘을 제외하고는 점 하나 보이지 않는 하얀 세계를 만든다.

겨울 산에서 눈은
환상의 설경을 연출한다.
차디찬 겨울바람과도 어울려 하늘을 날며 춤을 춘다.

겨울 산에서 눈은 주홍같이 붉은 죄를 눈과 같이 희게 하리라는 말씀을 떠오르게 한다.
모든 잡음을 흡수하며 고요와 포근함과 평화로움을 더해준다.

점심을 먹고 있는데 숲속에서 이름을 모르는 아름다운 새 한마리가 날아온다.
작은 빵 조각을 손에 담아 내미니
친구 되어 사뿐히 앉더니 물고는 숲속으로 들어간다.
몇 번을 그렇게 반복한다.

우리하고 같이 먹기 보다는 눈 속에서 굶는 가족과 함께 먹으려니 ---
정상에 오르니 찬바람, 매서운 바람, 칼바람이 불어온다.
몸 차려! 얼 차려! 영 차려!
우리를 매섭게 깨우며 혼미함을 걷어가 버리네.

이내 창조자의 숨, 성풍이 되어 우리를 가득 채우니 새사람으로 창조하신다.
무욕의 겨울 산
흰옷을 입은 신령한 겨울 산이 우리를 부른다.
마누라의 입에서 미쳤다는 소리만 안 나온다면 오늘도 내일도 또 오르고 싶다.

김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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