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친구가 오늘은 적
보스톤코리아  2007-04-15, 22:00:08 
가르쳐주지 않아도 빨리 배워버리고 익혀버리는 일은 늘 좋은 일들보다는 사람에게 아픔이나 상처로 남는 고통의 일이 더 많다. 세상을 살아가는 경험이 많아지고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더욱 내 자신에게 덮개를 두텁게 씌우며 사는 것이 세상살이라는 생각이다. 세상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기에 이유는 충분하리라. 자기 합리화를 위해 궁리를 해야하고 상대를 누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며 살아야 하는 사람 살아가는 일 말이다.

어찌, 비단 개개인의 일 뿐일까. 사회를 보더라도 그러하거니와 국제 정세의 흐름을 바라보다 보면 울화가 치밀기도 한다. 사실, 그 일에 이 작은 사람의 한 마음이 까만 점하나만 할까. 그저 바라보다 지치면 잠이 드는 일이 세상의 일일 거라고 타일러 주는 불쌍한 또 다른 자신만이 있는 것이다. 시집온 여식(딸)처럼 미국에서 코리안 아메리칸으로 살아가는 일은 늘 가슴이 답답해 진다. 조국의 하늘아래에서 서로 부딪히며 아옹다옹하는 에프티에이(자유무역협정)에 대해서도 마음은 있으나 변명 같아 내어 뱉지 못하고 끓이다 삭여지고 마는 일들 앞에 늘 가난한 친정을 걱정하는 며느리 자식 같아 못내 속이 상하기 그지없다.

가끔은 가까이 지내는 지인들 중에도 믿고 따르다 실망을 할 때가 종종 있다. 누구의 잘못이라고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그 사람의 태도에 그만 난감해 질 때가 있기 때문이다. 어제의 웃는 얼굴과는 달리 오늘은 너무도 차가운 모습으로 마주한 사람의 얼굴에는 마음은 저 강건너의 모습처럼 멀리 있는 것이다. 상황에 따라 바꿔치고 뒤집어 놓는 '생각이 빠르고 행동이 빠른 사람들'이 때론 부럽기도 하고 어리석은 나를 얼마나 질책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랜 기다림이 지난 후에는 분명 또 다시 찾아올 사람임을 알기에 또 기다리는 것이다. 좋아서라 하기보다는 이것이 사람 사는 일임을 깨달은 이유이기 때문이다.

이런 일들 속에서 변명하지 않고 속상함을 빨리 잊어버릴 수 있는 것은 세상에는 그래도 진실하고 믿을만한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이다. 그 따뜻한 가슴을 가진 사람들이 있기에 위로가 되고 용기가 되어 희망을 또 꿈꾸어 보는 것이리라. 내일 또 실망할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라도 오늘은 희망의 꿈을 꾸며 즐거운 날을 맞고 보내는 것이리라. 안타까운 일들이야 곁을 둘러보면 어찌 그리도 많은지 모를 일이다. 특별히 내 조국을 떠나 이국 땅에서 살아가는 이민자들인 우리들 곁을 둘러보면...

엊그제는 우리 집 막내 녀석이 운동을 좋아하는 터라 '아이스하키(Icehockey)'시즌을 마무리하면서 봄 운동이 또 시작이 되었다. 고등학교(high school)에서'베이스볼(baseball)' 팀을 뽑는 일(tryouts)이 있었다. 몇 번의 과정을 거쳐 13명을 뽑는 팀에 45명이 모였던 것이다. 마치고 돌아오는 녀석에게 늘 물었었다. "'잘 했니?'하고 물으면 언제나 기분 좋은 얼굴로 자신 있게 대답을 했었다" 그리고 얼마 후 팀의 인원이 확정이 되었다. 아이들의 하교시간을 맞춰 학교에 픽업(pick-up)을 하며 녀석에게 또 물었다. "'어떻게 됐니?'하고 묻는 물음에 무표정한 모습에 이미 눈치를 채고 있었다" 이 녀석의 속상함이 그대로 엄마인 내게 전해지고 있었다. 언젠가 오늘의 아픔을 이해할 때가 있으리란 안타까운 마음으로 아들녀석을 다독여 주었다.

고등학교 내에서도 운동 코치를 맡은 부모들이 또한 얼마나 많은가. 백인들이 많은 학교에서 동양아이들에게 차별하는 일은 없다고 늘 믿고 살지만, 아이들이 일일이 집에 와서 얘기를 하지 않을 뿐이지 어찌 차별이 없을까. 아들 녀석 대신에 한참 마음이 상한 하루를 보냈다. 하지만, 이 경험은 먼 훗날 더욱 더 가치 있는 날에 쓰여질 것이라고 마음으로 또 빌어주었다. 오늘의 친구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내일은 적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생각으로는 알고 있지만 가슴으로 전해지는 일은 너무도 가슴 아픈 일임을 알기에 마음이 많이 아픈 날이었다.

언젠가 무심히 앉았다가 "억울하면 출세하라!"라는 옛 말을 떠올리며 웃음 한 번 피식하고 일어선 일이 있었다. 너무도 쉬이 지나쳐버리는 이 말 앞에서 깊은 생각을 만났던 것이다. 내 조국에서 늘 강대국들로부터 부당한 이유로 억울한 일을 겪는 것을 보더라도 그렇다. 작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 격이니 어찌할까. 수없이 많은 말로 떠들어도 꿈적일 리 없다. 말보다 강한 국력을 키우는 수밖에 또 무엇이 있을까. 친정이 넉넉하면 시집에서도 대접을 받는 며느리인 것처럼 이 이국 땅에서 뿌리내리고 살아가는 이민자들인 우리들이 제대로 대접을 받고 내 몫을 누리고 살 수 있는 길은 내 조국이, 내 친정이 든든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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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 칼럼니스트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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