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하지 않은 손님
보스톤코리아  2007-11-10, 23:52:43 
아무런 준비도 없이 편안한 차림에 소파에 누워 있다. 이 혼자만의 누림은 특별한 선물을 받은 것처럼 행복한 일임이 틀림없다. 그 호젓한 혼자만의 시간에 잔잔히 흐르는 음악까지 아름다운 선율을 낸다면 어찌 이보다 더 행복한 일이 있을까. 가끔은 이렇듯 따뜻한 차 한잔과 커피 한잔으로도 행복할 수 있음이 감사라고 고백한다. 아무런 약속도 없이 찾아올 이도, 찾아갈 일도 없는 날은 혼자서 흠흠 거리며 콧노래를 부르는 날이다. 혼자라고 생각할 때의 편안함과 평안함은 그 누구에게도 용납할 수 없는 공간이며 시간일 게다. 이렇게 편안한 시간에 느닷없는 대문 밖에서의 초인종 소리는 반가움보다는 이 소중한 시간을 깨버린 불청객 같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가끔 우리의 삶에도 이렇듯 초대하지 않은 손님이 갑작스레 찾아오는 일이 있다. 반가움도 아닌 불청객의 모습으로 내 대문안을 들어서는 발걸음은 섬 짓 놀랍기도 하다. 느닷없이 남편이나 아내 그리고 부모님의 건강에 빨간불이 깜박이는 일을 겪어본 일이 있는가? 아마도 그 불청객의 깜박이는 불빛은 눈을 감아도 꺼지지 않고 보이는 두려움이기도 하다. 한 가정의 가장이 느닷없는 불치의 병환으로 진단을 받았다고 해보자 하늘이 무너지는 날이다. 캄캄한 터널을 지날 때의 까마득함은 실빛 같은 불빛 하나 보이지 않는다. 언제쯤 그 터널을 빠져나오게 될지 모를 때의 심정은 그 일을 겪어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열심히 생활의 터전에서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바쁘게 살아왔다. 조금만 더 가면 모든 것이 편안해지고 꾸었던 꿈들이 현실로 이루어지리라고 믿고 오늘도 산다. 우리에게 그런 꿈이 없다면 오늘이 또한 얼마나 힘겨운 날이 될까? 내가 몸과 마음이 조금은 힘들어도 자식을 위해서라면 참고 견디고 싶은 것이 부모의 마음일 것이다. 하지만, "돈(물질)을 얻기 위해 몸(건강)을 잃고, 그 잃은 몸(건강)을 얻고자 그 돈을 써야 하는 일"은 어처구니 없는 듯 보이지만 현실일 때가 많다. 특별히 이민 1세대들이 그렇게 살아왔듯이 또 그렇게 살고 있듯이 내 몸을 아끼지 않고 밤낮으로 애써 일한다. 누가 자신을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아니요, 그저 자식을 위해 터전을 닦기 위해 몸을 아끼지 않는 것이다.

사람이 태어난 날짜처럼 돌아가는 날도 정해져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지난해 큰 녀석이 풋볼을 하다가 갑자기 쓰러져 이틀을 일어나지 못하고 중환자실에 있었던 일이 있었다. 그 이후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삶과 죽음'이라는 것이 늘 남의 일만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이렇듯 우리의 마음먹는 대로 되지 않는 것이 또 인생이다. 그나마, 건강진단을 받다가 '병명'이라도 알게 되면 더욱 열심히 몸과 마음을 챙기고 병을 고칠 수 있어 그 삶은 복된 삶일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건강을 자랑하던 사람에게 느닷없는 병과 죽음은 곁에 있는 사람을 더욱 안타깝게 하기도 한다. 이렇듯 초대하지 않은 손님은 밤낮을 가리지 않는 불청객이다. 이 불청객은 평안한 가정을 아수라장으로 만들기도 하고 삶에 고통을 안겨주기도 한다.

그 초대하지 않은 손님은 그 어느 집을 정해 놓지 않았기에 누구에게나 불청객으로 찾아올 수 있는 일이다. 중요한 것은 그 불청객을 맞았을 때 편안하게 차 한잔이라도 함께 나눌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당황하지 말고 내 집에 들어온 손님이니만큼 잘 대접해서 보낼 수 있다면 그의 돌아가는 발걸음이 가벼울 테니 말이다. 때로는 이처럼 생각지도 않았던 불청객(불치병)이 내 집에서 함께 살아야 할 때가 있다. 내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이 한 가정의 일원으로 합류한다는 것은 낯섦이고 두려움이기도 하다. 서로 편안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서로 익숙해질 때쯤 조금 더 자유롭게 서로를 알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혹여, 가정에서 남편이나 아내가 불치병으로 고생한다고 할 때 가족의 따뜻한 마음과 서로의 '사랑'밖에는 치료 방법이 없는 것이다. 서로에게 용기를 북돋아 줄 수 있고 버팀목이 되어 줄 수 있다면 그 불치병으로부터 일어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초대하지 않은 손님인 불청객으로 속은 상하지만 그 상한 마음만 끌어안고 있다면 무슨 해결 방법이 있겠는가. 이처럼, 내 가족이나 곁의 가까운 친지와 친구들에게 찾아온 불청객(불치병)을 잘 돌려보낼 수 있는 것은 따뜻한 사랑의 나눔이다. 그것이 바로 치료의 힘이고 치유의 기쁨이리라. 내 주변이 편안하고 깨끗하면 언제 어느 때 손님이 찾아와도 불편함이 없이 맞이할 수 있다. 이처럼 하루의 일상에서 행복한 삶을 만나고 나누고 누릴 수 있다면 행복이다. 늘 준비하는 삶이 서로에게 아름다움을 줄 수 있기에...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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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 칼럼니스트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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